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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NU국제교수회 회장, Sonya N. Martin 교수 인터뷰

20-12-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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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2-18 09:18 조회1,3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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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산야(한국이름 馬山野) 교수는 2011년 9월부터 사범대학 지구과학교육과에서 과학교사가 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4년부터 사범대의 외국인 학생들을 지원하고 내국인 학생들과 교류를 증진하는 iSNUC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9년 9월 2년 임기의 SNU국제교수회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마틴 교수에게 연구주제, 국제교수회 활동, iSNUCE 프로그램 운영, 서울대의 국제화와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면 인터뷰를 계획하였으나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면서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루어졌다.


Q1.
서울대에 오신지는 얼마나 되셨고, 국제교수회를 포함해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1.

2011년 8월에 서울대에 처음 도착했으니 내년 여름이면 만 10년이 됩니다. 이번 학기에 정교수로 승진해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서울대에 있을 예정입니다. 저는 연구자이면서 과학교사가 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과학교육에 있어 형평성(equity) 이슈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저의 주요관심은 다양한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과학을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여학생,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다양한 학생들, 그리고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 저소득층 학생들 등 말입니다. 2016년 이후 국제교수회 일원이 되었고, 2019년에 2년 임기의 회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회장이 되고 나서 외국인 교수들, 본부의 보직 교수들과 함께 대학의 국제화를 확장하고 개선하기 위해 소통하고, 이해를 넓히고, 협업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Q2.

국제교수회 소개를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A2.

국제교수회는 2016년 12월 최초로 설립되었으며 당시 핵심 그룹인 20명의 교수들이 서울대 공동체 안에서 외국인 교수들의 단합을 증진시키는 공식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았습니다. 2년마다 운영진(회장, 부회장, 총무, 회계담당, 일반 회원 등)을 구성하고, 행정업무, 회의 개최, 다른 조직이나 본부와의 소통 등의 활동을 합니다. 아직 신생조직이지만 우리만의 조직문화를 만들고, 단기와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고자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제교수회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는 서울대 전체 구성원 간 좋은 동료애를 형성하는 것이며, 외국인 교수와 서울대의 국제화 향상을 돕는 것입니다. 조직명을 서울대학교 외국교수회(SNU Foreign Faculty Association)가 아니라 서울대학교 국제교수회(SNU International Faculty Association)로 한 것은 외국인 교수들이 대학 공동체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제로 외국인 교수들은 민족이나 문화적으로 또는 언어적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울대와 더 큰 사회 속에 살아가면서 직면하게 되는 많은 어려움들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대변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모든 교수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정보와 기회를 의도치 않게 제한하는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장벽들이 있지요. 이러한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하고 조직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며 국제교수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기도 합니다.


Q3.

2019년 9월 국제교수회 회장이 되신 후 주거문제, 국제교수회 내 소위원회 구성, 대학원생을 위한 워크숍 개최, 코로나로 인한 교수들의 비자 이슈 등을 다루어 오셨습니다. 그동안 이루어낸 성과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3.

전지구적인 팬데믹 상황은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으며, 이는 보다 개선된 의사소통 및 교무처나 국제협력본부와의 강화된 협력을 요구합니다. 올해 들어 본부와 이러한 소통을 정례화하여 매월 회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다양한 부서의 직원들과도 여러 이슈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2021년에 몇 개의 활동을 기획하고 있는데요, 그중에는 교원들에게 연구와 강의에 대한 주요 정보를 영어로 제공하는 전문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원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최근에는 학내외 연구기금의 신청 절차를 교원들에게 설명하는 세션도 개발 중입니다. 또한 서울대의 연구윤리심의 절차를 포함하여 승진과 정년보장 체계를 살펴보는 세션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외국인 교원뿐 아니라 학생들의 국내외 연구 활동 지원에도 도움이 되는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앞으로 강의력 향상을 위하여 새로운 교수법을 소개하는 세션도 기획할 예정입니다. 이는 외국인 교원뿐 아니라 학생들의 연구 능력을 향상시켜 대학 전체의 수월성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Q4.

예전에 서울대 외국인 학생들의 ‘큰엄마’라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사범대  iSNUCE 프로그램 운영자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iSNUCE는 어떤 프로그램이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A4.

맞습니다. 실제로 2014년에 사범대의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여전히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외국인 학생들의 학업과 대학 생활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매년 사범대 학장실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으며, 지원금은 저와 함께 일하는 세 명의 조교 학생들을 위해 사용하는데요, 조교들과 함께 신입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준비하고, 외국인 학생과 내국인 학생들 간 9주 동안 계속되는 언어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한 달에 두 번씩 학업 관련 이슈 또는 여러 행사에 학생들을 참여시킵니다. 세 명의 조교들과 함께 외국인 학생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지원하고, 보다 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장실과 의논하기도 합니다. 지난 6년 동안 학생들의 장학금 수혜를 늘리고, 의료지원을 다양화했으며, 외국인 학생들의 주요관심사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준비하여 대학에 제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올 한 해 코로나 상황에서 전달방식의 변화가 필요했는데, 오리엔테이션이나 언어교환 프로그램, 학생 대상 워크숍 등을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소속감을 갖고 대학, 교원, 다른 학생들과 보다 친밀한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지요. 코로나 상황이 종료되어 오프라인으로 활발하게 대학 주변과 서울을 탐험하면서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날이 다시 오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교육을 위해 서울대를 선택한 재능 있고 친절한 학생들과 많은 것을 함께 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Q5.

서울대에서 외국인 교수이자 여성교수로서 갖는 위치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5.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군요. 저는 제 연구를 통해 사회에서 갖는 위치나 지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서로 다른 사회적 요소들이 학교나 사회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탐구하기 때문이죠. 저의 상호교차적인 정체성인 국적(미국인), 모국어(영어), 인종(백인) 등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특권과 연결된다고 봅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다른 국적을 가진 비영어권 출신, 또는 백인이 아닌 이주민들과 비교해서 말입니다. 이러한 상호교차적인 정체성으로 인해 학교와 사회에서 외국인들이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점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정체성들은 특권과 함께 타자되기(othering)를 경험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정체성은 아무리 오래 한국에 살더라도 숨길 수 없기 때문이죠. 저는 다른 정체성이 타자와의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제가 가진 특권을 기회를 덜 가진 사람들을 지원하는데 어떻게 사용할 지 고민합니다. 그와 같은 이유로 외국인 학생과 교원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며, 한국에서 주변화된 학생들이나 커뮤니티를 위해 학습기회를 개선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여성 교수로서 서울대가 더 많은 여성 교원과 직원을 채용함으로써 평등을 강화하며, 의사결정과정에도 지금보다 많은 여성들의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의 교육과정, 기금, 채용 및 승진, 정책 결정에 이르기까지 구조를 변혁시키며, 그 결과 대학과 사회의 성평등이 향상될 수 있을 것입니다.


Q6.

국제화와 관련하여 미진한 부분이 많습니다.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두 가지 정도 꼽아주신다면? 관련하여 ‘서울대의 국제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세요?  

A6.

국제화를 세계 대학평가에서 대학 순위를 올리기 위한 평가 항목 이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국제화를 위해서는 행정 조직의 헌신적인 리더십과 비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에 걸쳐 여러 권한을 가진 구성원들이 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한 국제화가 내국인 교원과 학생들의 강의/학습/연구에도 많은 혜택을 가져다준다는 점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계획이 공유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외국인’ 교원을 채용하거나 ‘외국인’ 학생을 입학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외국인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고, 그 학생들이 지닌 고유한 특성에 가치를 두면서 대학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과 실천으로 이어져야겠지요. 마찬가지로 성평등도 단순히 더 많은 여성 교원, 직원, 학생의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대학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젠더를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의 가치를 이해하는 문화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의사결정과정의 다양한 조직 단위에서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단기 및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대학 구성원들 간 긴밀히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혁신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7.

선생님이 생각하는 ‘다양성’ 이란 무엇인가요? 그리고 대학(교육)에서의 다양성의 의미는 무엇이며,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7.

저에게 다양성은 ‘차이’를 의미합니다.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가치 있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러한 차이로부터, 또 차이를 넘어 배우는 것이라고 봅니다. 대학은 다양한 사람들이 대학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이들을 포용하고 자리를 내주어야 합니다. 또한 인종, 언어, 국적, 경제적 차이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능력, 종교, 사회정치적 신념, 성 정체성, 성적 지향 등 서로 다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그들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이 작은 학문공동체에는 스스로 일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도 있지만, 공동체로부터 배제되거나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학생들을 교육하고, 지도자를 양성하며, 세상의 현실을 반영하는 유의미한 연구를 위하여 대학이 다른 관점과 생생한 경험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Q8.

서울대에서 다양성, 포용성, 소속감 등의 가치가 잘 실현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8.

저는 서울대가 단일한 커뮤니티가 아니라 다양한 집단 간 네트워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집단은 다양성과 차이로부터 배우는 것에 대한 가치를 더 중시하는 경우도 있죠. 학계를 둘러싼 역사·문화·사회 규범에 변화를 가져오려면 시간이 걸리고, 리더십도 발휘해야 합니다. 서울대가 해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급변하는 사회의 복잡한 이슈와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낙관적으로 서울대가 이미 포용적인 대학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목표지점은 아직 멀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차이와 다양성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다양성위원회, 여교수회, SNU 국제교수회와 같은 기구들의 활동을 통해 이미 캠퍼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부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서울대의 의지가 더 많이 드러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Q9.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캠퍼스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도, 프로그램, 물리적 환경, 조직체계 등)

A9.

지속가능한 변화가 일어나려면 공정한 참여를 제한하여 결과적으로 일부 집단의 소외를 초래하는 대학과 사회 내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과 집단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인식과 실천 양면에서 이를 권장하고 지원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물리적 문제(예: 이동이 불편한 구성원들을 위한 엘리베이터 부족 문제), 조직적 문제(예: 비자 종류나 성별에 따라 법률/규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구성원들의 이해 부족), 자원 접근성의 문제(연구수행, 승진 또는 정년보장 등과 관련된 정보 및 네트워킹 부족)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때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변화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죠. 서울대에는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지적이고, 열정적이며, 능력 있고, 혁신적인 구성원이 충분히 많이 있으며, 다만 재능 있는 구성원들이 해결책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것을 이끄는 리더십을 필요로 합니다. 


Q10.

미국대학은 다양성기구가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과 다양성 이슈가 다른 부분이 많지만, 한국 대학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제도나 정책이 있으면 제안을 부탁드립니다. 

A10.

대학마다 조직적 특성이 있지만, 다양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육성하기 위하여 가장 혁신적인 정책을 펼치는 대학들의 공통점은 학생, 교원, 직원들이 함께 리더십과 책임의식을 공유하면서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학생, 교원, 직원으로 구성된 권위 있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과소대표되거나 소외된 구성원들의 요구사항을 모니터링하면서 정책을 제안하고, 제안된 정책이 대학 본부에 받아들여지는 것이 매우 효과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학생, 교원, 직원이 주도하는 실행계획은 캠퍼스 내 다양한 커뮤니티의 요구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공정성 측면에서 정보 접근성과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조직 구성원들이 대학의 미션을 실현하기 위한 ‘대화의 장’에 참여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채용 문제를 위한 대학 인사부서, 학생 및 교원 관련 문제를 위한 다양성과 포용성 관련 기구 등 여러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행정 조직을 만들고 전담 직원을 배치하는 것 또한 권장하고 싶습니다. 이런 부서들은 자문위원회에서 권장하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조정하고, 교육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하며, 다양한 실행계획을 평가하고 수행 결과를 보고하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실행계획의 성과에 대한 평가와 함께 지역사회의 다른 영역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하고 지원한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것 역시 필요합니다.


Q11.

덧붙이고 싶은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A11.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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