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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서울대학교 장애인권동아리 With:D 인터뷰

21-08-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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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8-30 15:38 조회1,5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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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장애인권동아리 With:D는 2014년 ‘턴투에이블(Turn to Abl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2019년 기존 동아리명이 ‘에이블리즘’, 즉 비장애인 중심으로 장애를 바라보는 태도를 의미한다는 이야기가 오가면서 작년부터 With: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With:D는 장애(Disability), 다름(Difference), 다양성(Diversity)과 함께한다는 의미이다. “장애인권에 관심이 있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고자 만들어진 동아리로서,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여 그들의 삶이 다수와 질적으로 평등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목적을 가진 With:D가 교내외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다양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대면 인터뷰를 계획하였으나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면서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루어졌다.


Q1.
각자 자기소개와 동아리에 들어가게 된 계기에 대해 알려주세요!
  • 정우: 저는 위디를 좋아하는 손정우입니다. 윤리교육과 20학번으로 재학 중이에요. 위디에 들어오게 된 건 가까운 사람 중 장애가 있는 분이 있어서 함께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애인권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배워갈 수 있다는 게 위디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 지우: 안녕하세요. 사회학과 20학번 김지우입니다. 저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데, 입시를 준비할 때부터 턴투에이블(현 위디)에 연락을 하곤 했어요. 그때부터 ‘난 꼭 입학하면 턴투에이블에 들어가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 원빈: 회장을 맡고 있는 정치외교학부 20학번 최원빈입니다. 저는 특별한 계기가 있진 않았고, 장애인권동아리 활동이 재밌어 보이고 새로운 걸 배울 수 있어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장애학을 배우고 장애의제를 함께 논하는 일이 그저 재밌는 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되고, 그 안에 실린 무게감과 불편함을 마주해야 하는 활동임을 느끼는 중입니다. 
  • 현준: 20학번으로 사회학과 다니고 있는 변현준입니다. 세 사람 만나면서 장애인권 의제에 관심도 갖고, 활동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2.
동아리 초기부터 꾸준히 발간된 문집 ‘Thisable’은 최근 자치언론동아리로 독립을 했습니다. 어떤 내용을 싣고 있으며,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 정우: Thisable은 장애인권을 주제로 자유롭게 글을 쓰고 문집으로 발간하는 자치언론이에요. 장애인권이 주제이기는 하지만, 더 나아가 사회의 ‘정상성’에 의문을 던지거나, 비장애중심주의 혹은 능력주의에 대해 질문하는 글도 싣고 있어요. 저는 지금까지 세 번 문집 집필과정에 참여했는데 글을 쓸 때마다 문집의 목적에 대한 생각이 변화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13호 문집을 준비 중인데, 이번 문집이 장애에 대한 시혜적인 시선과 배타적인 태도가 만연한 이 사회에 대안적인 시각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Q3.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모여 장애친화적인 학교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동아리’가 되기 위해 어떤 활동을 주로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학내 기관 또는 외부기관과의 협업 사례도 들려주세요.
  • 3d7453642f7a571ae388c8f1f347771f_1630305859_373.jpg원빈: 현재 위디는 기획팀, 학술팀, 배리어프리팀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기획팀은 ‘모임과 행사를 배리어프리하게 준비하는 팀’, 학술팀은 관련 책이나 기사를 읽고 ‘장애학과 장애의제에 관하여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지는 팀’, 배리어프리팀은 여러 논의가 실천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학내외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해 실천하는 팀’으로서, 배리어프리 조사를 통해 여러 기관에 문제점을 직접 건의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도 합니다. 또한 위디는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에 정단위로 소속되어있어, 다른 대학의 장애인권 단위와 함께 대학 안팎의 장애의제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 정우: 올해 1학기에 위디 학술팀은 김도현 선생님의 “장애학의 도전”을 함께 읽고 세미나를 진행했어요. 이번 여름방학에는 중앙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 분들과 함께 연합세미나를 기획하여 8월 말~9월 초 진행할 예정입니다.
  • 지우: 저는 배리어프리팀 팀장을 맡고 있는데요. 지난 학기에는 사회대 학생회와 함께 사회대 건물을 조사했어요. 그 외에도 학내 키오스크 전수조사, 등굣길 조사 등 모두가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생활의 기반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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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학술팀 2차 세미나]


Q4.
최근에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에서 주관하는 학생인권연구 공모전에 참여하여 ‘시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대학교 비대면 교육 운영 매뉴얼’을 만들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장애유형에 따라 비대면 수업에 대한 경험이 다를 것 같은데 연구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이나 어려웠던 점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 정우: 제작한 매뉴얼을 가지고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의 지원을 받아 온라인 공유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청각장애 학생을 지원할 때에도 다양한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인상깊었습니다. 잔존청력이 있는지, 보조기기를 활용하는지, 어떤 톤의 목소리를 선호하는지, 수어를 사용하는지 등에 따라 구체적인 지원내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제언을 해주셨어요. 이를 듣고 매뉴얼을 구축할 때도 당사자의 개별적인 특성과 수요를 제대로 조사하고 이를 세심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 원빈: 저희가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비대면 수업 상황에서 장애학생들의 학습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는 기사를 접하면서였거든요. 1년간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정책도 그렇고 학내 기관의 대처도 그렇고 아쉬웠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Q5.
서울대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을 위해 학생처뿐만 아니라 각 단과대학에서도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지원시설이나 제도는 무엇이며, 장애학생의 입장에서 좀 더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할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요?
  • 지우: 저는 지난해 입학해 캠퍼스 생활을 제대로 누려보진 못했지만, 그 중에 가장 많이 도움을 받은 제도를 꼽자면 '장애학생 우선 수강신청' 입니다. 휠체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학기 시작 전 건물과 건물 사이 루트를 알아보아야 하고, 교실의 위치나 접근성을 확인해야 하는 저로서는 비장애인 학생들보다 수강신청 시 고려할 부분이 많거든요. 학교가 교육 면에서는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물리적 환경 면에서는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아요. 예컨대 학교 안에 휠체어 진입이 가능한 셔틀버스가 단 한대도 없다는 점, 장애학생 지원차량이 한 대뿐이라는 점, 이마저도 한 학기 동안 정해진 스케줄로만 신청이 가능한 점이 이동이 불편한 제게는 가장 크게 와 닿는 것 같아요.


Q6.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간 벽을 허물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제도, 프로그램, 물리적 환경 등)
  • 3d7453642f7a571ae388c8f1f347771f_1630306543_5621.jpg정우: 저는 학교 안팎으로 배리어프리 환경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서울대 학생들이 밥약을 많이 하는 장소인 샤로수길만해도 배리어프리 식당을 찾기가 힘들어요. 학내외로 배리어프리 공간 자체를 늘려서 장애학생이든 비장애학생이든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모임 장소가 많아져야 할 것 같아요. 학교에서 장애학생에게 보조기기 및 이동차량을 충분히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한 청각장애학생의 답변내용에 따르면 팀플을 할 때 실시간 속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요. 비대면 Zoom 수업 상황에서 새로운 속기 플랫폼이 도입되지 않아서 수업내용을 이해하거나 실시간 채팅에 참여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해요. 이러한 장벽들(barriers)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간의 ‘벽’을 허무는 데 최우선되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해요. 인식개선에 앞서 배리어프리 환경부터 구축해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 현준: 비장애중심적으로 구성된 사회물리적 환경과 그로써 장애학생들이 사회로부터 배제되게 되면서 서로를 조우했을 때 낯설음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두 가지 층위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간 벽”을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캠퍼스 내에도 주된 이동 경로는 계단으로 가득 차 있고, 경사로를 이용하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심지어 강의실도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특정한 위치에만 접근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본부가 오랫동안 외면해왔던 문제입니다. 카드뉴스나 웹자보를 작성할 때 ‘대체 텍스트’를 누락시킨다거나, 회의 진행 시 실시간 속기 제공을 하지 않는 등 환경의 문제는 도외시한 채,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간 벽을 허물”겠다는 것은 기만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7.
서울대 구성원들에게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영화나 도서 등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정우: 매년 5월 즈음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화면해설, 자막, 그리고 수어가 제공되는 배리어프리 영화를 상영하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방문을 추천해요. 올해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슬로건 아래 이동권과 탈시설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다양한 주제를 담은 배리어프리 영화가 상영되었답니다. 
  • 지우: ‘망명과 자긍심’이라는 도서를 추천합니다. 저자 일라이 클레어는 노동계급 마을 출신의 선천적 뇌병변 장애인, 친족 성폭력 생존자,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나 젠더퀴어 정체성을 지닌 소수자인데요. 단일 정체성에 매몰되지 않고, 끊임없이 성찰하는 내용이므로 소수자성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 원빈: ‘장애학의 도전’이라는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장애학이 생소하거나 궁금한 분들이 차근차근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느꼈어요. 너무도 당연하게 느꼈던 개념들과 세상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볼 수 있는 책이니까 시간 날 때 꼭 읽어보세요. 
  • 현준: ‘학교 가는 길’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공존을 위한 노력을 가족 등에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있으며, 다시 그 뒤에 어떤 사회적 역학이 존재하고 있는지를 너무 잘 드러내는 영화였습니다.


Q8.
서울대 내에서 다양성, 포용성, 소속감 등의 가치를 향상시키려면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요?
  • 지우: 모두가 참여할 수 없는 행사나, 비장애인 학생들만을 고려한 시설을 마주할 때마다 생경하게 그런 감각들을 느껴요. 다양성, 포용성 등의 가치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겠지요? 제가 속해있는 사회학과 악반의 예를 들어보고 싶어요. 1년마다 하는 큰 행사 뒤풀이가 있던 날, 제가 미리 참가 의사를 밝히지 않았음에도 행사 담당자들은 뒤풀이 장소를 휠체어가 진입 가능한 식당으로 마련해둔 것이 기억에 남아요. 다양성, 포용성 같은 가치는 당사자가 있어야만, 혹은 그 이후에 노력해서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디폴트'의 기준을 재정립하고 고민할 때 얻어지는 것이라는 걸요. 
  • 현준: 인권헌장이야말로 서울대에 가장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단지 헌장 하나로 다양성의 실현은 요원할 것이고, 구체적인 방법들이 필요할 텐데요. 장애학생지원센터, 인권센터 같은 기관들이 여러 이유로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Q9.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다양성’이란 무엇인가요?

  • 정우: 제가 생각하기에 다양성은 개별성이에요. 특정 집단의 일원으로서 생각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디에도 동일한 특성을 가진 사람이 없는 유일한 한 사람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에요. 유난히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게만 다양성 딱지가 붙는 것 같아요. 장애인, 유색인종, 여성, 등등. 어쩌면 다양하다는 인식 자체가 사라진 사회가 정말 한 사람의 개별적인 특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인 것 같기도 해요. 
  • 지우: 늘 존재하는, 당연히 지켜져야 할 기본적 가치예요. 끊임없이 다양한 유전적 조합을 이뤄내려는 움직임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다양성이 생명의 존속에 꼭 필요한 것이잖아요. 
  • 원빈: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가 다양성이 보여주는 세상이 아닐까 해요. 우리는 누구나 한 명의 개체로서 존중 받을 자격이 있고, 여러 차이들이 존중되는 사회가 가장 이상적인 사회가 아닐까요. 
  • 현준: 다양성이 실현되고 있는 공간이라면 어떤 존재도 그 존재만으로 부당한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지 않은 채, 편안하고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겠지요.


Q10.
앞으로의 활동계획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정우: 동아리원 분들과 장애학 공부를 계속 같이 하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탈시설에도 관심이 있어서 구체적으로 공부 하고 싶어요! 
  • 지우: 저는 위디 배리어프리팀 활동을 했던 경험을 확장시켜 ‘서배공’이라는 단체를 꾸리고 있어요. 학내외를 가리지 않고 배리어프리 증진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는 단체죠. 최근엔 서울대 인근 상권의 경사로 설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위디에는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고, 동시에 누구도 놓치지 않으려고 고민하는 이들이 있어요. 특히 저와 같은 장애학생들을 동아리에서 더 많이 보고 싶어요. 
  • 원빈: 위디는 앞으로 많은 사람이 함께 장애인권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단체로 발돋움할 거라고 믿습니다. 장애인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이거나 함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은 분들은 동아리에 가입하시면 좋을 듯해요! “낮은 곳에서 소외된 희망을 변론한다”라는 말이 생각나는데, 낮은 곳이 그저 낮은 곳으로만 치부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고 싶습니다. 
  • 현준: 앞으로도 이 세 분과 함께 활동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이뤄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바라건대 학교와 우리 사회에 그 활동으로 말미암은 변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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