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2024년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 안인숙 전문위원 인터뷰
24-07-17 12:47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7-17 12:47 조회47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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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생활문화원의 모든 사업을 총괄하는 안인숙 전문위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상담학 박사이고, 상담학의 세부 분야를 나눈다면 대상별로는 성인개인상담, 이론별로는 대상관계이론과 게슈탈트이론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상담심리사 1급 자격은 2013년에 취득했고, 작년 9월에 대학생활문화원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Q2. |
대학생활문화원은 서울대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개인상담과 심리검사, 그리고 집단상담을 제공합니다. 불안 조절, 상실, 성장, 대인관계 등의 주제로 집단상담을 제공하고, 이번 가을에는 새롭게 게임 이용론에 관한 집단상담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네트워크 역량개발이라고 해서 봉사를 하면서 다른 사람과 연계하거나, 학사 경고를 받은 혹은 받을 위험이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또한 번아웃된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고, 알렉산더 테크닉이라고 해서 명상과 유사한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스누콜을 운영하는데,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자살 위기, 심리적 위기에 있는 사람에게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Q3. |
서울대 학생이 호소하는 어려움 중 위기까지는 아니지만 발표 불안, 성적, 과제, 교우 관계 문제 등이 있고, 대학원생의 경우 특히 랩 사람들이나 교수님과 갈등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경우 상담을 받기도 합니다. 조금 심각한 경우로 가족 문제가 있는데요, 어려운 환경에서 노력해서 서울대에 입학한 분들도 있고, 부모님이 일찍 이혼하시거나 가족 간 갈등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오래되다 보면 우울과 불안 증상으로 보건진료소에서 약물을 복용하면서 상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타 대학에 비해 번아웃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늘 최상을 유지하다가 무엇 하나가 좌절됐을 때 그 충격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그래서 미루기를 하는 학생도 꽤 있거든요. 코로나 이후 심리적으로 힘든 경우도 많고요. 코로나 기간 버티다가 힘들어서인지 작년에 고위기가 좀 많았고, 올해는 고위기가 고등학생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하거든요.
Q4. |
대부분의 대학은 본부에 상담센터 하나만 있지 단과대마다 상담실을 따로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서울대는 상담 기구가 많은 편이고, 많은 학생들이 상담사를 만나는 게 좋겠다고 인정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전문가랑 상담하면 비밀 보장도 잘 되고,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서울대가 잘 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위기관리인데요. 24시간 서비스가있어서 긴급한 사례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생명지킴이 교육도 굉장히 많이 해요. 지난 3년 동안 24회, 1년에 8회 정도 진행했는데 높은 빈도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상실 경험과 관련해서 안전한 환경과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상실 성장 집단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도 훌륭하다고 봅니다.
Q5. |
개선이 필요한 점과 관련해서 자살을 시도하고 3개월이 지나지 않으면 상담을 안 받아주는 기관도 있어요. 사실 생명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상담이 어렵거든요. 해외 같은 경우는 자살을 시도한 경우 상담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강제로 입원을 시키는 등 좀 더 강제성을 띄기도 합니다. 한국은 본인도 입원 치료를 거부하고, 보호자도 입원시키지 않겠다고 하면서 상담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하세요.약속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담하라고 하면 어렵죠.
외국 같은 경우는 한 상담사가 책임지고 있는 학생 비율이 약 400대 1 정도인데, 서울대는 아직 그 비율에 못 미치고 있어요. 그리고 고용 안정성 측면도 중요한데, 대부분 계약직 형태로 2년밖에 근무하지 못하고, 원장님과 부장님들은 임기가 끝나면 교체되는 구조라 책임지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상담교수가 있으면 좋겠고, 시간제 프리랜서 상담사를 전일제 근로자로 하기 위한 예산과 정책이 필요할 것 같아요.
Q6. |
대학생활문화원은 상담유관기관협의회 등을 통해 다양한 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지원하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그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서로 공유해야 하는 정보가 있죠. 예를 들어 학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떤 체계로 보고하거나 관리할 것인가, 모 단과대학 상담실로 위기 전화가 왔는데 모 단과대학 소속이 아닌 경우 개인정보 관련 법에 의해 어떻게 정보 제공 관련 동의를 구하고, 그 정보를 어디까지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도 하고요. 최근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과 관련해 어떤 요구가 있을 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이야기하고 있어요. 단과대학별로 전일제나 1급 상담사가 없는 경우 위기 사례를 대학생활문화원과 상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7. |
상담을 하다 보면 사회적으로 취약해서 도움이 필요한 사례가 발생해요. 예를 들어, 자살 위험 학생인데 가정과 분리될 필요가 있을 때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학생이 소속된 학과, 본부, 기숙사 등과 협력하기도 해요.
외국인 학생에게 대량 메일을 보내 필요한 경우 상담할 수 있도록 하고, 집단상담도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는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하고 있어요. 외국인 전담 직원이 1명 있고, 시간제 상담사분들이 계세요.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인과 어울리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더라고요. 외국인이 다가갈 때 한국인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Q8. |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 형성 및 확산을 위한 대학생활문화원의 활동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대 구성원이라는 소속감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소속감 증진을 위한 네트워크 역량개발 프로그램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CMP(Campus Mentoring Program),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SMP(School-Life Mentoring Program)가 있어요. 멘티는 신입생이고, 멘토는 재학생인데 멘토에게 교육과 슈퍼비전을 제공하고, 활동 일지도 점검합니다. 그리고 이웃사랑 프로그램은 서울대 학생들이 나눔과 봉사에 대한 개념을 배우고, 봉사자끼리 연대하고, 봉사 단체나 사회의 소수자와도 연대합니다. 학관밥大선생은 학업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이 모여서 한 학기 동안 매주 만나 밥도 같이 먹고, 계획도 같이 짜고, 공부도 같이 하니까 시너지가 나는 것 같더라고요. 거의 모든 참여자가 학고 (학사경고)를 면했다고 들었어요.
Q9. |
자살 위기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하면서 스누콜 직원분이 긴장을 많이 하셔서 교육 분석을 제공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어려운 사례는 수퍼비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상담 사례로 힘들면 일단 수퍼비전을 받고, 해결이 안 되면 교육 분석을 받아요. 수퍼비전은 한 달에 한 번씩 그랜드 컨퍼런스도 진행하고, 한 주에 한 명씩 전문위원과 일대일로 진행하기도 해요. 내담자를 만나면 상담사도 그대로 영향을 받아서 몸이 굳기도 하는데, 안마를 받아서 뭉친 데를 풀기도 해요.
Q10. |
심리적으로 취약하다는 것도 하나의 마이너리티 개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상관계이론에서 본다면 나의 잘못이 아니라 부모와 사회의 문제가 나에게 집중되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심리적으로 취약한 분들이 자기를 존중하고 자기 존엄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상담자들은 기본적으로 교육을 받는데 연령, 지역, 인종, 젠더와 관련해 차별한다면 윤리 위반이에요. 내담자의 조건에 관계 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이라는 관점에서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기본적인 태도를 배웁니다.
Q11. |
질문드린 내용 외에 다양성과 관련하여 덧붙이고 싶은 의견이 있으시면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서울대 학생들이 너무나 많은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수업 과제도 많고 시험도 그렇고요. 다양한 전형으로 들어오니까 어떤 부분은 준비가 안 되어 있기도 하죠. 제 개인적으로는 2%만 조금 덜 노력하고,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성취를 위해 전력질주를 하다 보면 소진되고, 우울도 오고, 자살 위험도 높아지니까 2%만 힘 빼고, 조금 더 자기를 돌보고, 조금 더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최고의 성적이 아니면 나는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자살 사고가 있으면 정말 개입하기가 어려워서 그 부분은 정말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고의 성적이 아니어도 우리가 충분히 쓸모 있는 사람이고, 소중한 존재라는 전제를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개인적인 바램은 서울대 학생이 어떤 조직에 가면 경쟁이 심해지는 게 아니라 서울대 학생이 오니 행복해졌다는 말이 들렸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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