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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 젠더 프리와 문화다양성 (한겨레, 2022.03.10.)

22-04-1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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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4-12 11:15 조회4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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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b66d622793257016a8016ff02d1c4f1_1649729685_509.jpg최근 처음으로 원작자가 되는 경험을 했다. 나의 첫 장편소설인 <지브이(GV) 빌런 고태경>이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 것이다. 은 데뷔작을 말아먹은 30대 청년 감독 조혜나와 만년 감독 지망생인 50대 중년 고태경의 이야기다. 원작인 소설에서 조혜나는 여성이고, 고태경은 남성이다.

연극에서는 고태경의 성별이 50대 여성으로 달라진 것을 알게 됐다. 연출가는 내게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그러한 설정의 변경은 각색자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에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고민했던 설정의 다른 버전을 보게 되니 더 귀한 기회라고 여겼다. 고태경의 성별이 바뀐 것에 대해 흥미로운 일이라며 친구에게 말하자 연극 쪽에서는 ‘젠더 프리 캐스팅’이 이미 몇년 전부터 흔하다고 했다. 연극과 뮤지컬에는 문외한이었기에 공연계에 이런 흐름이 있는 줄 몰랐다.

젠더 프리 캐스팅은 배우의 성별과 관계없이 배역을 정하는 캐스팅을 말한다. 공연의 기획 단계부터 배역에 젠더를 정해놓지 않거나, 성별이 고정된 역할이더라도 이를 연기할 수 있다면 누구나 캐스팅하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의 연인, 딸, 엄마 역할로만 존재하는 남성 중심 서사의 작품이 대다수인데, 이러한 남성 중심 공연계의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되는 추세다. 고뇌하는 햄릿, 엄마가 죽었는데도 눈물 흘리지 않는 뫼르소가 여성이면 안 될 이유가 무엇이 있는가?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는 것이다. 나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명제를 믿는다...

[삶의 창] 정대건(소설가·영화감독) 

한겨레, 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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