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위 첫 보고서, 남성·미 유학파·모교 출신 ‘편중’ 심각
고용 불안정 강사 여성이 더 많아…장애인 비율 1%도 안돼
서울대 전임교원 중 여성은 15%에 불과해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보직의 여성 교원 참여율도 13.3%에 그쳐 양성평등기본법에서 제시하는 여성 참여 최소 비율 40%에도 크게 못 미쳤다. 내국인 전임교원은 서울대 졸업자가 80.4%에 달했고, 최종 학위를 취득한 나라는 미국이 47.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대 다양성위원회(위원장 노정혜 교수)는 12일 이런 내용이 담긴 다양성보고서를 국내 대학 최초로 발표했다. 다양성보고서는 조직 내 구성원의 다양성을 높이고 차별을 줄이기 위해 구성원의 성별·출신·인종·국적 등을 통계로 작성하고 분석한 결과물이다. 미 하버드대 등 해외의 유수 대학들은 다양성기구를 두고 매년 다양성보고서를 발표하며 정책에 반영한다.
보고서를 보면 서울대 교원과 교직원 임용에서 성 불평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여학생 비율은 학부생의 40.5%, 대학원생의 43.2%로 파악됐지만, 정년이 보장되는 전임교원(교수)에서 여성 비율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학 평균 여교수 비율(24.8%)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여성 교수가 아예 없거나 10% 미만인 학과·학부·교실도 36%(53개)에 달했다.
학내 주요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는 여성 교수의 비율도 모두 15%를 밑돌았다. 학내 주요 보직을 맡은 교수 가운데 여성은 13.3%에 불과했다. 서울대가 현 관악캠퍼스로 이주한 1975년부터 43년간 여성 교수가 부·처장급 이상 본부 보직을 맡은 것은 10회에 불과했다. 또 서울대 정관·학칙에 규정된 19개 심의기구·자문기구에 참여한 여성 교수 비율도 14%에 그쳤다.
반대로 대학 내 고용 불안정성이 높은 직책일수록 여성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비전임 교원·연구원 가운데 여성은 57.6%로 절반을 웃돌았다. 신분이 불안정한 전업 시간강사는 여성 비율이 61%에 달했다. 일반 직원도 정규직 중 여성은 47.4%인 반면 무기계약직·기간제근로자 가운데 여성은 74.6%에 달했다.
보고서는 학기마다 계약을 새로 하는 시간강사들의 처우 문제도 짚었다. 서울대에서 연구·교육을 수행하는 인력 중 49.1%(2168명)는 기간제 계약직으로 고용돼 있다. 보고서는 “학내에서 중요하지만 가장 저평가된 집단은 전업 시간강사 등 비전임 전업인력”이라며 “대학 시간강사는 학기 단위로 고용되고, 연구원은 연구비 지원이 중단되면 그 즉시 실업을 당하는 등 신분 불안정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장애인 학생, 교원 비중도 현저히 낮았다. 서울대에 등록된 장애인 학생은 84명으로 전체 재학생 2만8630명의 0.29%다. 교수집단 내 장애인 등록이 된 인원은 총 13명으로 전체 전임교원의 0.6% 수준이다. 보고서는 “장애인 교원과 직원을 위한 지원제도는 파악된 것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교원의 미국 유학파 쏠림 현상도 심각했다. 내국인 교수들의 최종 학위 취득 국가는 미국이 47.7%를 차지해 국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41.8%)보다 많았다. 독일 2.9%, 영국 2.2%, 일본 2.1% 순으로 미국과 편차가 컸다. 보고서는 “미국 중심 세계화의 영향으로 다른 국가로의 유학은 점점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추세는 서울대 내에서 다양한 국가를 한국인의 관점으로 설명해줄 학자 수를 줄여 연구와 교육에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대 다양성위원회는 지난해 3월 총장 직속 자문기구로 출범했다. 처음에는 서울대 여교수회 건의로 성평등 관련 기구를 만들려 했다가 소수자 전반을 포용하는 방향을 모색하자는 차원에서 다양성위원회로 의미를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