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첫 ‘다양성 보고서’

노정혜 다양성위원장 “가부장적 문화 극복 못하면 ‘세계 대학’ 목표에 걸림돌”

최미랑 기자
[서울대 첫 ‘다양성 보고서’]노정혜 다양성위원장 “가부장적 문화 극복 못하면 ‘세계 대학’ 목표에 걸림돌”

“조직의 힘은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데서 나옵니다. 다양한 구성원을 포용할 수 있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창의적이고 소통을 잘하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습니다.”

12일 국내 대학 최초로 다양성보고서를 발표한 서울대 다양성위원회 노정혜 위원장(60·생명과학부 교수·사진)은 이날 서울 관악캠퍼스에서 진행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양성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노 위원장은 다양성보고서를 펴낸 의미에 대해 “자랑거리가 아닌 부분도 다 드러내는 작업이라 민감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재 상황을 바로 보고, 발전 방향을 잡자는 의미에서 학교 전 구성원이 노력해 만든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다양성보고서 내용 중 여성 전임교원 비율이 여학생, 여성 비전임교원 비율과 견주어 현저히 떨어지는 등 성별 불평등이 심각한 점에 대해 “능력 있는 여성을 학교가 뽑으려는 노력을 그동안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평등에 대한 기대치나 눈높이는 점점 높아지는데 여전히 과거의 가부장적인 생각을 못 벗어나는 문화가 학교 곳곳에 만연하다”며 “이런 부분이 우리 학교가 세계 대학이 되는데 걸림돌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성별 쏠림이 심한 이공계열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 후배들에겐 “필요해서라도 여성 인력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세상은 꼭 올 것”이라며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버텨라, 이 말을 꼭 하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노 위원장은 시간강사 등 전업 비전임교원에 대한 처우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노 위원장은 “이번 보고서에서 시간강사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과 겸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나눠서 통계를 냈는데 시간강사 외에 다른 직업이 없는 경우가 700명쯤 됐다”며 “이 그룹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에 대해 당장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이런 문제들을 학교가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으로도 큰 시작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런 노력이 다른 학교나 기관에도 많이 확산됐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대학 경쟁력이 다양성 없이 담보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 학생들이 서울대에서 학문을 지속하지 않고 떠나는 것도 학교의 큰 고민거리”라며 “배타적인 한국 문화에 학생과 연구자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여성, 타교 출신, 외국인 분들에 대한 교원 임용이 늘어나야 다양한 구성원의 창의성이 활용되는 학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서울대 미생물학과 75학번으로 자연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29세의 나이로 교수로 임명돼 화제를 모았다. 2004년 서울대 연구처장 시절 황우석 전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밝혀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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