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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위기의 대학…외국인 유학생 13% 늘었다

고민서 기자
입력 : 
2019-08-29 17:40:34
수정 : 
2019-08-30 06: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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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比 1만8천명 늘어 16만명

등록금 동결 등 재정난 가중
대학들 `유학생 모시기` 사활

학업포기 후 불법체류하는
무늬만 유학생 등 골칫거리

대학은 알면서도 쉬쉬하고
교육부는 관리시스템 없어
사진설명
지방 한 중소도시에 있는 A대학(4년제 사립)은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외국인 유학생' 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대학 총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연례행사처럼 중국 등 현지 학교를 돌며 유학생 유치에 발품을 팔고 있다. 현재 이 학교는 10명 중 1명이 유학생으로 이뤄져 있는데, 일부 학과는 한국인 학생보다 외국인 학생이 더 많다. 이 대학 관계자는 "해마다 입학하는 지역 학생조차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데다가, '전액 장학금'을 내걸어도 타 지역 학생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외국 유학생이라도 데려오지 않으면 문 닫는 과가 속출할 것"이라며 "일단 유치가 급하다 보니 자질 검증은 힘든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유학생 수가 16만명 선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 유치난,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난에 휩싸인 대학들이 자구책으로 외국인 유학생 모시기에 온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202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명 유치를 목표로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를 시행하는 등 대학 '글로벌 캠퍼스화'에 드라이브를 건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유학생 증가가 글로벌화를 통한 대학 경쟁력 강화보다는 고육지책으로 쓰이는 게 현실이다. 교육 현장에선 대학이 무분별하게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가운데 끊이지 않는 위장 유학, 불법체류자 양산 등 부작용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령 유학생'을 걸러내는 시스템이나 자질 검증 작업 등이 미흡하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전국 2만3800여 개 유아·초등·중등 및 고등교육(행정)기관의 학생·교원 등 기본 현황을 조사(4월 1일 기준)한 '2019년 교육기본통계'를 29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전국 대학·전문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430곳(본·분교, 캠퍼스 중복 제외)을 대상으로 한 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외국인 유학생 수(재적학생 기준)는 16만165명으로 전년(14만2205명) 대비 12.6%(1만7960명)나 늘었다. 교육개발원이 정식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타 기관이 집계했던 여러 수치를 고려해도 16만명 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학가에선 전체 학생 수 절반가량이 외국인 유학생으로 이뤄져 있는 대학도 여럿 있다. 상대적으로 재정난이 심각한 지방권 대학은 물론, 대입 선호도가 높은 서울권 대학에서도 외국인 유학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대학 캠퍼스가 무분별하게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학업을 중도 포기한 채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유학생이 늘고 있고, 서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업에 차질이 생기는 등 대학가 안팎으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선 재정난 문제가 크기 때문에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유학생이더라도 무조건 데려올 수밖에 없다"며 "대학들도 '먹튀' 유학생에 대한 문제점에 공감하고 있지만 쉬쉬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를 관리해야 할 정부는 대학 스스로 유령 유학생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이상 정부가 나서서 일일이 단속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는 사후 대책으로 유학생 관리 부실이 드러난 대학에 대해 비자를 제한하는 식으로 불이익을 주고 있다. 교육계 한 인사는 "1차적인 원인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무분별하게 데려오는 것"이라면서도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대학이 직면한 재정·경영난 등을 정부가 함께 해결하려는 자세를 취하지 않아 양산되는 부작용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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