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다양성의 가치
요즘 스포츠 중계방송을 보거나 경기장에 가면 국내 스포츠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외국인을 볼 수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광경이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지난해 국내 거주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3.2%인 165만 명에 달했다.

수적인 증가뿐만 아니라 국적, 직종, 사회경제적 여건 등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다문화 가구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다문화 가구원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2%를 차지했다. 우리 사회의 이방인으로 여겨졌던 다문화 가족이 이제 이웃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사회는 구조와 기능이 발달하고 복잡해지면서 자연히 그 구성원이 다양해진다. 서울대 다양성위원회에 따르면 다양성은 성별, 국적, 인종, 사회적·경제적 조건, 신체적 조건 등 다양한 조건과 그에 따른 경험과 문화, 행동양식 등의 차이를 가리킨다. 다양성은 우리 사회의 자산이며 발전의 토양이다. 다양한 배경과 조건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경험, 문화, 가치관, 행동양식을 존중하는 가운데 시너지를 냄으로써 사회의 발전과 함께 구성원의 개인적 성장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양성의 가치다.

다양성 존중 정신의 요체는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정하게 인정하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나아가 ‘기회의 평등’에 그치지 않고 공감과 소통의 열린 마음으로 교류하는 것이다. 다양성의 가치는 서로 다른 아이디어, 개념, 문화 등이 교차하며 만날 때 창조와 혁신이 싹튼다는 ‘메디치 효과’와 연결된다. 다양성의 소통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의 ‘2018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단일민족국가에 대한 지향성은 약화되고 있지만 다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여전히 높다. 단일민족 지향과 다문화 수용 사이에서 갈등하는 양상이란 얘기다. 국내 체류 외국인에 대한 시각도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인식은 아직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다양성 존중 정신의 토대 위에서 공감과 소통의 열린 마음으로 사회 갈등을 완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선진사회로 발돋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