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성별·계층 다양화를” 고려대의 자성

최민지 기자

‘2019 다양성 보고서’ 국내 사립대 첫 발표

“구성원 성별·계층 다양화를” 고려대의 자성

고려대가 국내 사립대로는 처음으로 대학 내 계급과 성별 격차 등 다양성 현황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2017년 서울대에 이은 것으로 대학 내 다양성 확보를 위한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 성과 등 기존의 대학 평가 기준에서 탈피, 다양성의 관점에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고려대 다양성위원회가 최근 ‘2019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일반에 공개된 이 보고서는 2019년 1월 설립된 고려대 다양성위원회가 지난 1년간 조사한 결과다. 위원회는 학내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해 설치된 총장 직속 자문기구로, 조사는 캠퍼스 내 30여개 부처와 학내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여성 교수 비율 16.1%뿐…보직 교수는 성별 격차 더 심각
경제적 소외 계층 학생 비율, 서울 주요 대학보다 낮은 수준
“취업률·연구 성과 등 기존 대학 평가 기준 탈피하는 계기로”

보고서는 학내 인적 구성의 다양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고려대 전임교수 중 여성의 비율은 16.1%로 해외 주요 대학에 비해 현격히 낮았다. 보직 교수 중 90%는 남성 교수로 나타나는 등 의사결정 과정은 더욱 불균형했다. 교수 외 교직원의 경우 여성 비율은 42.4%로 비교적 높았지만, 부장급 이상으로 한정했을 경우 여성 비율이 17%로 떨어지는 등 격차가 드러났다.

학부생의 경우 성별보다 계급에 따른 격차가 뚜렷했다. 재학생의 국가장학금 신청 여부로 살펴본 경제적 소외 계층 출신 학부생의 비율은 전국 평균은 물론 서울대, 연세대 등 서울의 주요 대학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었다.

특목고(17.5%)와 서울시(32.7%) 출신 학생의 편중 현상이 두드러졌으며, 이런 경향은 세종보다 서울 캠퍼스에서 더 심했다.

위원회는 학내 다양성 강화를 위해 여성 교수의 비율을 25%로 올리고, 차·부장급 이상 교직원에 타교 출신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경제적 소외 계층에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입학 및 장학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학생들의 비교과 활동 장려, 다양성의 가치 확산과 다양성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도 장려됐다.

변화는 이미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위원장을 맡은 미디어학부 민영 교수는 “보고서 제출 이후 2학기부터 다양성 이슈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파일럿 교양 과목을 개설하기로 했다”며 “다양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학내 공감대는 100% 형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학생들과 다양성 관련 캠페인을 벌일 계획도 세우고 있다.

다양성에 주목하는 대학도 하나둘 늘고 있다. 서울대학교 다양성위원회가 2016년 국내 대학 최초로 출범했고, 카이스트는 2017년 9월 ‘포용성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밖에 서울과학기술대 등 전국의 여러 대학이 다양성 관련 기구 조직을 추진 중이다. 고려대 다양성위원회가 서울대 등 다른 학교와 협력해 다양성 기구 확산을 제안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민 교수는 “이번 조사는 학내 인적 구성의 변화가 어떤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지 확인해보는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취업률, 연구 성과 외에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대학을 평가할 수 있는 변화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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