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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장려보다 ‘지속가능 사회’로… 다양성 높여 새판 짜자 [2022 신년특집 - 뉴노멀 된 저출산시대]

입력 : 2022-01-01 14:00:00 수정 : 2022-01-01 13: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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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쓰나미 현실화
세계 합계출산율 2050년 2.2명까지 감소
한국선 0.84명… OECD국 중 가장 낮아

비현실적 인구대책 대안 안 돼
경쟁·빈곤·돌봄공백·각종 불평등 심화…
한국사회 재생산 불가능한 사회로 진행

‘1인 가구’ 전성시대
2030년 1인 가구 소비 4인의 1.5배 수준
새로운 소비주체로 시장 흐름 선도할 것

전 세계에서 출산율은 가장 급격히 낮아지고 고령화는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사회. 한국에서 ‘인구절벽 쓰나미’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의제다. 2021년 유례없이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부채질했다. 출생아 27만명에 사망자 30만명을 기록한 2020년은 한국 인구감소의 원년이 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초저출산을 치열한 경쟁사회의 산물이자 변화에 적응하는 생존전략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급증한 1인가구는 새로운 시장과 문화적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인구 감소를 막연하게 위기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시대상에 맞는 적극적이고 기민한 대응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줄어드는 인구는 기본값

 

세계적으로 인구 감소세는 ‘뉴노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지난해 의학전문지 랜싯을 통해 “세계 인구가 2064년 97억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100년 88억명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 태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23개국의 인구가 앞으로 100년도 안 돼 현재 수준에서 절반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 2031년 5429만명으로 인구가 최고치에 도달하고, 21세기가 끝날 무렵엔 2678만명으로 반토막 날 상황이다.

 

유엔에 따르면 1990년 3.2명이었던 전 세계 합계출산율은 2019년 2.5명으로 떨어졌고, 2050년에는 2.2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한국에서는 너무 급격하게 진행돼 우려를 낳는다. 1991년생은 71만명이었는데, 2020년생은 27만명으로 한 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61%나 줄어들었다. 지난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4명.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여성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명도 되지 않는 유일한 국가다.

 

어느 나라보다 경쟁이 심하고 자원이 부족해진 사회에서 이는 그리 놀랍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금 애를 낳는 사람은 바보”라고 꼬집어 화제가 됐다. 최 교수는 한국의 초저출산에 대해 “주변에 먹을 것이 없고 숨을 곳이 없는데 거기서 애를 막 낳으려고만 하는 동물은 살아남기 어렵기에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도 “밀도 높은 사회에서 한국 청년들이 ‘사회적 유전자의 진화’로 적응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인간 역시 동물처럼 생존과 재생산의 본능을 모두 갖고 있는데 현재는 재생산이 거의 불가능해진 상황인 셈”이라고 말했다.

 

◆출산 장려보다 중요한 것

 

이제는 ‘저출산 사회’라는 새로운 환경을 기준으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저서 ‘인구 미래 공존’에서 “지금 우리에게 출산을 장려하는 것보다 더 필요한 것은 이미 줄어든 출산이 만들어낼 사회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작업”이라며 “개인은 지금 하는 일이 달라진 사회에서도 지속가능한지 따져보고, 다른 일도 할 수 있는 역량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 시장의 양적·질적 변화를 정밀하게 예측해 사업 다각화, 해외 진출, 다운사이징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국가 역시 이러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출생아 수를 갑자기 올리는 것은 힘들지만, 다양성이 높아지는 사회를 지향함으로써 다른 방식의 반전을 꾀할 수 있다고 조 교수는 강조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지향점이 서울밖에 없어 너무 높은 긴장과 경쟁 속에 살고,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서로 비슷하게 사는 강력한 연령규범의 사회”이기에 재생산 본능이 억압된 측면이 있어서다.

 

사회 구성원의 재생산을 꺼리게 만드는 환경은 유지한 채 ‘저출산 위기론’을 부르짖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시민단체 인권운동사랑방의 민선 활동가는 “저출산이 문제인 것은 기존 체계를 고수하려는 국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태어나자마자 시작되는 경쟁, 경력단절, 빈곤, 돌봄 공백, 심화되는 불평등으로 아동, 여성, 노인이 살기 힘든 사회이며 저출산은 이를 드러내는 지표 중 하나”라며 “출산율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이런 현실을 바꾸는 것이 국가의 과제”라고 말했다. 세계인구학회(IUSSP) 회장을 지낸 호주국립대 사회학과 피터 맥도널드 교수는 여성의 ‘가정 내 지위’ 향상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출산율이 하락하지만 가정에서의 지위가 높으면 출산율이 오히려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새로운 먹거리 된 1인가구 시장

 

저출산 사회는 곧 ‘1인가구 전성시대’를 뜻하기도 한다. 고령화와 저출산 추세는 물론 만혼, 혼인율 감소 및 이혼율 증가로 청년 1인가구는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1년 9월 말 기준 전국 1인가구는 936만7439가구로 전체 가구의 40.1%를 차지했다.

 

1인가구 1000만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혼자 사는 이들은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각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까지 1인가구가 민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194조원(19.6%)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1인가구의 월평균 소비 역시 4인가구의 1인당 소비 대비 1.5배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구매력을 갖춘 젊은 1인가구를 중심으로 자기관리·자기계발 및 여가 활용을 위한 미용·오락·문화산업, 소비 및 구매 과정 간소화를 위한 우편·통신서비스업 등의 성장이 예상된다.

 

가전 및 렌탈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수요 증가와 1인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1인가구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소형가전이나 다기능을 갖춘 ‘올인원’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는 국내 소형가전 시장이 올해 8조3205억원으로 전년보다 8% 성장하고, 2025년에는 이보다 15% 증가한 9조6238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지혜·남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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