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혐오를 멈추세요

이영경·김지원 기자
“우리 다 함께 살잖아요” 성별, 장애, 성적지향, 외모, 국적을 이유로 ‘혐오의 화살’을 쏠 수는 없다. 성소수자·이주민·페미니스트 교사·장애인·엄마·플러스사이즈 모델이 지난달 2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 모였다. 이들은 “누군가를 혐오하고 있는 나도 언젠가는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아는 것” “우리가 다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양은오·우다야 라이·이용석·조미경·김정덕·김지양씨.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우리 다 함께 살잖아요” 성별, 장애, 성적지향, 외모, 국적을 이유로 ‘혐오의 화살’을 쏠 수는 없다. 성소수자·이주민·페미니스트 교사·장애인·엄마·플러스사이즈 모델이 지난달 2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 모였다. 이들은 “누군가를 혐오하고 있는 나도 언젠가는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아는 것” “우리가 다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양은오·우다야 라이·이용석·조미경·김정덕·김지양씨.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아직 잠이 덜 깬 네 살 아이에게 광화문광장은 넓고 복잡했다. 아이는 두리번거리며 작은 걸음을 걸었다. 아이는 순했고, 아이를 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너그러웠다. 그러나 아이가 신이 나 소리를 지르거나 뛰거나, 울기 시작하면 아마 주변의 시선은 달라질 수도 있다. 엄마 김정덕씨(38)는 혼잡한 곳에 아이를 데리고 나와 내버려두는 ‘맘충’으로 보일지 모른다.

지체장애인 조미경씨(42)는 빨랐다. 전동휠체어는 보통 사람의 걸음을 금세 앞질러 나간다. 하지만 남들보다 훨씬 긴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광화문역 승강장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리프트를 타야 한다. 조씨는 서대문역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와 휠체어를 타고 광화문까지 오는 방법을 택했다. 조씨에게는 갈 수 없는 길이 많았다. 생활 속 크고 작은 불편, 사람들의 시선과 말, 신체적 폭력…. 그에게 혐오는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일상이다.

성소수자 양은오씨(40)는 자신의 존재에 ‘반대한다’며 언성을 높이는 사람들을 매일같이 마주한다. 한국생활 19년차인 우다야 라이씨(50)는 국적과 외모, 말투가 다르다는 이유로 모자란 사람, 범죄자 취급을 받기 일쑤다. ‘플러스사이즈 모델’ 김지양씨(31)는 당당하고 아름답지만, 사회가 정한 여성의 외모 기준에 맞지 않아 험한 소리를 듣는다. 페미니스트 교사 이용석씨(47)는 소수자성이 별로 없는 성인 남성이기에 앞장서 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혐오는 공기와 같다. 누군가에게 혐오는 숨쉬듯 자연스러운 일, 재미로 한 농담, 생각 없이 내뱉은 분노의 파편일 수 있다. 하지만 혐오는 공기 속 독성물질처럼 혐오받는 사람의 삶을 파괴한다.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일상을 제약하고, 사회적 권리를 빼앗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혐오표현을 “어떤 개인·집단에 대하여 사회적 소수자로서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혐오하거나 차별·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이라고 정의했다.

한국 사회 혐오가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지만 사회적 해법에 대한 논의는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향신문은 창간 71주년을 맞아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혐오 실태를 진단하고, 혐오에 맞서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나와 우리, 사회가 함께 만연한 ‘혐오의 공기’를 걷어내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평등한 사회로 나갈 것을 제안한다.

“우리 다 함께 살잖아요” 성별, 장애, 성적지향, 외모, 국적을 이유로 ‘혐오의 화살’을 쏠 수는 없다. 성소수자·이주민·페미니스트 교사·장애인·엄마·플러스사이즈 모델이 지난달 2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 모였다. 이들은 “누군가를 혐오하고 있는 나도 언젠가는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아는 것” “우리가 다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양은오·우다야 라이·이용석·조미경·김정덕·김지양씨.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우리 다 함께 살잖아요” 성별, 장애, 성적지향, 외모, 국적을 이유로 ‘혐오의 화살’을 쏠 수는 없다. 성소수자·이주민·페미니스트 교사·장애인·엄마·플러스사이즈 모델이 지난달 2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 모였다. 이들은 “누군가를 혐오하고 있는 나도 언젠가는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아는 것” “우리가 다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양은오·우다야 라이·이용석·조미경·김정덕·김지양씨.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혐오에 맞서는 사람들

네 살 아이의 엄마, 페미니스트 교사,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플러스사이즈 모델. 여섯 사람이 지난달 21일 경향신문사에 모였다.

겉으로 보면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지만, 곧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들은 혐오의 대상이 되고 차별받은 경험과

아픔을 공유하면서 서로에게 한발 다가갔다. 다름이 차별이 되지 않고 공존이 되는 사회,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일맥상통했다.



■어리다고 배제당한 아이들 성장 후, 우리를 배제할 수도

김정덕 |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

김정덕 |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

김정덕씨(38)는 네 살 아이의 엄마다. 엄마를 ‘맘충’이라고 혐오하고, 아이를 배제하는 ‘노키즈존’이 확산되는 현실에 살고 있다.

- ‘맘충’과 같은 혐오표현을 들을 때 어떤 마음이 드나.

“화가 난다. 엄마와 아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없구나, 아이의 발달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극단적인 혐오표현으로 나타나면 많은 상처를 받는다.”

- 아이와 함께 다닐 때 불편한 시선을 받은 적 있나.

“아이가 작은 사람이고 걸음이 나의 반밖에 안된다. 보폭을 맞춰야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많이 불편하다. 유모차를 갖고 다녀야 하고. 이해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불편해하며 ‘그냥 집에 있지 왜 나오냐’는 식으로 뒤에서 말할 때도 있다. 많이 위축된다.”

- 이 사회가 약자를 배려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 있는 것 같다.

“노키즈존이 이슈가 되는데, 아이가 잠재적으로 혐오 대상이 되는 것이다.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배타적 취급을 받은 아이가 자라서 나이 먹은 우리에게 ‘당신들은 힘이 없으니까’라고 배제할 수 있지 않을까. 사회에서 아이들한테 영향을 준 만큼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 혐오를 접할 때 어떻게 대응했나.

“누군가 나를 무조건 싫어한다는 마음이 표출되면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최대한 표출하지 않고 아이를 데리고 나간다. 아이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인터넷 공간에서 무차별적 혐오가 이뤄질 때는 어떻게든 반박하려 한다. ‘저 사람들은 어쩔 수 없어’라고 무시하면 쌓이는 댓글들이 혐오하는 사람들의 것이 된다.”

- 혐오를 없애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성평등 교육과 인권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아이가 미래라고 하지만 난 우리가 미래라고 생각한다. 어린 사람·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모두 같은 땅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사는 존재라는 걸 알 수 있는 교육이 밑바탕이 되면 좋겠다.”




■혐오와 이해, 한 끗 차이…당신도 혐오 받을 수 있어

김지양 | 플러스사이즈 모델

김지양 | 플러스사이즈 모델

김지양씨(31)는 국내 최초 ‘플러스사이즈’ 모델이다. 몸, 특히 젊은 여성의 몸에 대해 들이대는 우리 사회의 ‘가혹한 잣대’를 거부하고 자신감 넘치게 살아가고 있다.

- 외모에 대해 혐오표현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

“저를 두고 인터넷에서 대놓고 ‘역겹다’ ‘이중턱 좀 봐’ 등 도를 넘어서 차별 발언을 하는 분들이 많다. 칭찬을 해도 ‘뚱뚱하지만 예쁘니까 봐준다’ 수준이다. 혐오와 이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상당수 자기도 비슷한 혐오를 겪었거나, 예전엔 뚱뚱했던 사람들도 많다. ‘난 괴로운데 왜 넌 당당하게 사느냐’는 심리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어떻게 대응했나.

“예전에 홍대 길거리를 걸어가는데 어떤 남자분이 집요하게 쫓아와서 ‘따라오지 마세요’라고 말했던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자 ‘거짓말 마라. 너같이 뚱뚱하고 못생긴 게 그럴 리가 없다’고 집요하게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이 있었다. ‘남편도 있을 리가 없다’고 하는데 사실 그때 남편한테 가던 길이었다. 참다 못해 형사 고발 처리를 하니 갑자기 태도를 바꿔 반성하는 모습을 보고 씁쓸했다.”

- 혐오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모든 혐오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곤 생각지 않는다. 다만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사가 바뀔 때 모든 것을 인류애에만 기대진 않았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건 노예제를 법으로 금지했기 때문이다. ‘혐오표현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되면, 사람들의 인식도 점차 혐오는 나쁜 것, 문화시민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바뀌어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혐오는 왜 나쁜가.

“우리는 그것을 설명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한마디로 ‘언젠가는 당신도 혐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누군가를 혐오한다면 같은 이유로 혐오받을 수 있다. 만약 그게 잘못됐다고 느낀다면 당신이 남에게 하는 혐오 역시 불합리한 것이다.”




■찬반으로 묻는 존재의 이유…잘못된 사실 알려나가야

양은오 |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

양은오 |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

양은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40)는 겉으로 봐서는 성별이 잘 가늠되지 않는다. 양 대표는 “한국 사람들이 제일 못 견디는 게 나이가 가늠 안될 때, 남자인지 여자인지 가늠 안될 때인 것 같다”며 “우리 사회는 성소수자뿐 아니라 규율에서 벗어난 사람들에 대해 불편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성소수자로서 어떤 혐오를 받았나.

“혐오는 누구를 때리거나 욕설을 하는 것만이 아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동성애를 찬성하냐, 반대하냐’는 질문으로 나타난다. 그 질문을 접했을 때 좌절감이 굉장히 크다. 사람들은 ‘장애인을 반대하냐’고 묻진 않는다.”

- 그런 발언을 들었을 때 심정은.

“슬프기보다는 만감이 교차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성소수자는 정말 우리 사회에서 찬성과 반대로 질문받는 존재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얘기한다. 주변에 볼 수 없다면, 왜 볼 수 없는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자존감을 갖고 살려 해도 상처를 입는 현실을 계속 맞닥뜨리고 있다.”

- 혐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대선 토론회에서 동성애에 ‘반대하죠’ ‘반대하죠’ ‘반대하죠’라고 나왔던 발언들을 들으며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가 부정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느낄까 걱정이 됐다. ‘동성애를 허용하면 수간도 허용해야 하냐’는 국회에서 나와서는 안되는 말들이 정치인의 입에서 나오는데…. 잘못된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를 없애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성소수자나 장애인, 소수자로 분류된 사람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란 질문을 많이 받는데, 우리는 쉽게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은 동등한 위치에서가 아니라 ‘위해서’ 하는 일이 된다. 성소수자 인권이 보호되기 위해서는 주변의 친구·가족, 그리고 우리 사회 구성원이 함께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국가와 문화의 차이 있는 그대로 받아주길

우다야 라이 | 이주노조 위원장

우다야 라이 | 이주노조 위원장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50)은 한국에서 19년을 살았다. 외환위기가 터진 이듬해인 1998년 한국에 들어와 동대문 봉제공장 등에서 일하며 잔뼈가 굵었다. 그에게 한국은 “약한 사람에게는 아주 강하고, 강한 사람한테는 약한” 나라다.

- 이주민으로서 어떤 혐오를 당했나.

“‘지저분하다’ ‘잘해주면 안된다’ ‘우리 일자리를 빼앗는다’ ‘동네에서 시끄럽다’ ‘법질서·사회질서가 무너졌다’고 이야기를 한다. ‘배우지도 못했고, 아무것도 못한다’고도 한다.”

-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우리도 출신 국가가 다른 것뿐이지 똑같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 우리를 무시하나, 이렇게 차별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라가 다르니까 언어가 다를 수 있고 문화가 달라 힘든 부분이 있는데, 차별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한국 사회가 어떤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나.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다. 경제상황이 아주 열악한 나라 출신일수록 더 무시하고 차별한다. 서양 출신이나 미국 사람한테는 대우를 잘해준다. 같은 실수를 해도 그들한테는 별것 아닌 게 되지만, 아시아 국가의 이주민들한테는 큰 잘못이 있는 것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힘없는 사람을 차별한다.”

- 혐오나 차별을 겪었을 때 어떻게 대응했나.

“그냥 넘어갈 때도 있고, 그 자리에서 ‘왜 이렇게 무시하나. 이러면 안된다’고 따지고 다툰 경우도 있다. ‘똑같은 사람인데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하냐’고 따지면 태도가 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따지기보다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힘도 약하고 언어도 서툴기 때문이다.”

-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많은데 한국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 이주민의 기본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히면 좋겠다. 모든 사람의 인권과 노동권은 지켜줘야 한다.”




■센 척 ‘혐오’ 내뱉는 아이들, 그 뜻 아는지 물어보세요

이용석 | 페미니스트 교사

이용석 | 페미니스트 교사

경기 부천남중 교사 이용석씨(47)는 ‘페미니스트 교사’를 자처한다. 그는 한 여성 교사가 성평등 교육을 했다가 공격과 협박을 당하는 사회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 남성 페미니스트 교사로서 직접 혐오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는가.

“사실 한국 사회에서 소위 ‘정상’으로 분류되는 성인 남성이 혐오에 대해 얘기를 하면 주목을 안 한다. 지난해 말에 학교 게시판에 혐오 표현 관련 게시글을 올렸는데 남초 커뮤니티에서 ‘남자 손도 한번 못 잡아봤을 년’이라고 욕을 하더라. 여자인 줄 안 거다. 그래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성평등 교육 했다가 협박받은 여선생님이랑 똑같은 말을 내가 하면 어떤 반응이 올까 궁금하다.”

- 교실에서 어떤 혐오표현들을 접하고, 그때 어떻게 대응하는가.

“극단적인 예로 ‘내가 우리 엄마 줬으니, 니 엄마 나 줘라’ 이런 표현을 하기도 한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얘기 나오면 제지를 한다. ‘다시 말해봐, 말뜻이 뭔지 아니까 말 못하는 거 아냐? 왜? 센 척하려고?’ 이런 식으로 생각의 근본을 건드리려 한다. 다만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면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서 늘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다.”

- 아이들이 받아들이는가.

“앞에선 그렇게 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나와 만나는 시간은 수업시간뿐이고, 사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또래들과 함께 종일 교실에서 보내고, 집에 가선 1인 BJ 방송이라든지 기타 미디어와 보낸다.”

- 아이들이 혐오표현을 쓰지 않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교실에서 쓰는 단어를 그대로 가져와서 노출시키고, ‘우리’의 언어로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성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혐오언어를 욕으로 쓸 때 무조건 제지만 하면 그 애는 소위 ‘쎈 애’가 될 수 있는 거다. 한번은 ‘남자’ ‘여자’에 대해서 정의를 내려보는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 대부분은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친숙한 단어인데도. 왜 그 단어를 그런 맥락에서, 그런 의미로 쓰는 것인지 묻고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정상·비정상 나누는 사회 구조·인식 바꾸자

조미경 |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소장

조미경 |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소장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의 조미경 소장(42)은 특수학교를 새로 짓기 위해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사회에서 지체장애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장애여성’이기에 그는 일상적으로 위협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기도 한다.

- ‘장애혐오’는 어떻게 행해지는가.

“혐오는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사회 안에서 ‘비정상’, 즉 소수자에게 가해진다. 장애인의 경우 명백하게 ‘비정상’으로 낙인찍힌다. 모자라거나 불쌍하거나 심지어 무섭거나 낯선 존재로 여겨진다. 장애인에게 있어 혐오란 특별한 한순간의 사건이라기보다는 일상이다.”

- ‘장애여성’이기 때문에 특별히 겪는 경험이 있는가.

“보호와 통제의 대상이 되기 쉽다. 장애여성에겐 쉽게 말을 걸거나 신체 접촉을 한다. 반말하면서 ‘밤늦게 어딜 다녀? 내가 데려다줄게’ ‘희망을 가져라’ 등 별말을 다하는데 대꾸를 안 하면 손찌검을 하거나 위협하는 경우가 많다. 폐쇄적인 공간에선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 ‘선의’도 ‘혐오’가 될 수 있는가.

“주로 동정·시혜의 형태로 많이 나타나는데 동정과 시혜로 인한 대상화가 일상에서의 차별들을 만들어낸다. ‘장애우’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난 친구하기 싫을 수도 있는데(웃음).”

-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싸고 ‘집값 떨어질까봐’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혐오를 없애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은 누구나 소수자성을 갖고 있다. 비장애인이지만 학력이 낮을 수 있고, 남성이지만 사회적 지위가 낮을 수 있다. 그럼에도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팽배해 있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다. 정상과 비정상을 끊임없이 가르는 사회적 구조, 인식이 가장 큰 문제다. 성별·장애·성적지향·나이 등 내 안에 공존하는 다양성이 있고 그중 사회적 권력 구조에서 낮은 위치에 놓인 소수자성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게 필요하다. 누군가를 타자화하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고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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